경북 의성 산수유마을에서 노란 봄의 정취를 즐겼습니다. 이대로 귀가하기 아쉬워, 차로 한 시간 거리인 대구 군위 '한밤마을'로 향합니다. '내륙의 제주도'라 불리는 이곳은 정겨운 돌담길 사이로 산수유와 목련이 어우러져 또 다른 봄의 절경을 선사합니다.

도대체 어떤 풍경이기에 '내륙의 제주'라 불릴까? 호기심 가득 도착한 한밤마을 입구에는 근사한 솔밭이 펼쳐집니다. 노송 사이로 우직하게 서 있는 비석들이 서있습니다. 임진왜란 당시 영천성 수복에 큰 공을 세운 홍천뢰 장군과 그의 조카 홍경송 선생을 기리는 추모비입니다. 푸른 소나무의 기개와 역사의 향기가 어우러져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입니다.


솔밭을 벗어나 마을로 들어서니 끝없이 이어진 돌담길이 반겨줍니다. 수백 년 전, 마을을 조성할때 땅에서 나온 자연석을 하나하나 투박하게 쌓아 올린 길입니다. 인위적인 매끈함은 없지만, 돌 하나하나에 서린 옛 선조들의 고단한 숨결과 척박한 환경을 이겨낸 숭고한 의지가 전해져 마음이 경건해집니다.


돌담길을 따라 걸음을 옮기다 보니 ‘정겨운 돌담길’이라 적힌 안내판이 반겨줍니다. 대율리 한밤마을의 역사는 고려 중기, 재상을 지낸 부림 홍씨의 입향조 홍란 선생이 여기에 터를 잡으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천 년의 세월을 견뎌온 마을 곳곳이 온통 돌담으로 둘러싸인 풍경을 보니, 왜 이곳을 ‘내륙의 제주도’라 부르는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부림홍씨 종택 이정표를 따라 돌담길 산책에 나섭니다. 오랜 시간을 머금은 채 초록색 이끼를 입은 돌담의 곡선이 무척이나 이채롭습니다. 그 투박한 담장 위로 노란 산수유와 뽀얀 매화가 예쁘게 피었습니다. 완연한 봄의 정취를 즐기며, 고요한 마을의 품속을 거닐어 봅니다.






돌담길에서 ‘한밤돌담 옛길 2’라는 이정표가 붙은 호젓한 골목을 마주합니다. 앞서 걸어온 길보다 폭이 좁아지는 이 길은 마치 돌담의 품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듯한 설렘을 줍니다. 담장 사이로 나만의 비밀 통로를 지나는 것 같아 걷는 재미가 참 쏠쏠합니다.






여태껏 경험해 보지 못한 독특한 분위기의 돌담길입니다. 투박한 돌담이 끝없이 이어지는 이채로운 정취 속에서 전속 모델을 앞세워 봅니다. 천 년의 시간을 오롯이 간직한 한밤마을의 돌담길에서 우리만의 소중한 봄날을 기록해 봅니다.ㅎ






고즈넉한 돌담 사이로 고개를 내민 노란 산수유가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지역의 숨은 산수유 명소답게, 한밤마을의 봄은 따스한 빛깔을 띠고 있습니다. 투박한 돌담과 가녀린 꽃가지가 빚어내는 이색적인 조화. 그 찰나의 아름다움을 연신 담아봅니다






한밤마을 돌담길의 노란 산수유 곁에는 순백의 목련이 단아하게 피어 있습니다. 돌담 위로 수줍게 고개 내민 목련의 하얀 꽃망울이 참으로 이채롭습니다. 산수유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마을을 환하게 밝히는 목련의 자태를 렌즈에 담아봅니다.




만개한 매화와 한옥이 조화를 이루는 한옥카페 '금례당'에 도착했습니다. 사실 이번 한밤마을 여행의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영업 중이 아니라 내부에 들어가 볼 순 없었지만, 돌담길에서 바라보는 매화와 한옥의 어우러짐은 기대만큼이나 근사합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담장 너머로 펼쳐진 절정의 봄 풍경을 조용히 렌즈에 담았습니다.




금례당 맞은편에는 ‘대율리 대청’이 자리합니다. 정면 5칸, 측면 2칸 규모의 조선 전기 건물입니다. 임진왜란 때 불타없어진 것을 1632년에 중건했습니다. 예전에는 학교와 마을 회관 역할을 해온 유서 깊은 곳이지만, 지금은 마을 어르신들의 경로당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대청의 기둥마다 마을 사람들의 오랜 이야기가 켜켜이 쌓여 있는 듯합니다.


한밤마을의 많은 고옥 중 하나인 '경의재'를 만났습니다. 닫힌 문틈 사이로 흐르는 고요함 속에서도 범상치 않은 건축미가 느껴집니다. 세월의 무게를 견뎌온 고택의 단아한 정취를 눈과 마음에 담아봅니다.


물계 홍귀서 선생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된 동천정(東川亭)을 찾았습니다. 내부는 살펴볼 수 없었지만, 돌담 너머로 보이는 정자의 고즈넉한 풍경이 참으로 평화롭습니다.



한밤마을의 구불구불한 돌담길을 따라 걷다보면 마치 제주도의 어느 조용한 중산간 마을의 풍경 속에 머무는 듯한 착각이 듭니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이끼 낀 돌담은 걷는 이의 마음을 다독여 줍니다. 봄꽃이 지고 난 뒤 찾아올 싱그러운 여름의 돌담길, 그리고 낙엽이 쌓일 깊은 가을의 정취는 또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계절마다 다른 옷을 입을 이곳, 한밤마을 돌담길에서 '내륙의 제주' 가 선사하는 일상의 쉼표 하나를 찍어보시기 바랍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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