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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 너른 잔디! 마음을 비우고 걷기 좋은 경북 청도읍성 성곽길의 가을산책! ( 청도 작약꽃/ 청도 가볼만한 곳)

by 이청득심 2025. 11. 21.

   청도 운문사와 공암풍벽을 둘러보고 집으로 향하던 길, 문득 '청도읍성'이 떠올랐습니다. 지난봄, 흐드러진 작약꽃과 어우러진 그림 같은 풍경에 반해 '언젠가 꼭 가봐야지' 하고 점찍어 둔 곳이었습니다. 꽃이 진 자리, 가을날의 읍성은 또 어떤 고즈넉한 매력을 보여줄까? 설레는 기대를 안고 차를 돌렸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죠?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읍성 내 도로변 주차장을 이용했습니다. ( 주차장은 여러 곳 있습니다. ) 밥을 먹고 나와서 본 풍경은 그야말로 '청도' 그 자체였습니다. 잘 익은 단감나무 뒤로 뻗은 성곽길이라니! 지역 명물인 단감과 문화재가 이렇게 찰떡같이 어울릴 줄은 몰랐습니다.ㅎ

   청도읍성은 고려시대 토석성으로 시작해 조선시대 석성을 개축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임진왜란 큰 피해를 입었으나 복원을 거듭하다 일제 강점기때 대부분 철거되었습니다. 2005년부터 시작된 복원 사업 덕분에 지금의 의젓한 모습을 되찾았습니다. 모진 세월을 겪으며 허물어지고 철거되는 아픔을 되새기며, 동문 성곽 위로 올라 청도향교가 있는 곳까지 천천히 걸음을 옮겨봅니다

  동문 쪽 성곽길 끝에는 청도향교가 자리합니다. 1568년(선조) 처음 세워져 1734년(영조) 지금의 자리로 옮겨온 유서 깊은 공간입니다. 입구에 서면 거대한 노거수가 시선을 압도합니다. 수령 400년이 넘은 이 느티나무는 마치 '여기가 바로 청도향교다!'라고 웅변하는듯 합니다. 보호수로 지정된 위풍당당한 노거수를 보며,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온몸으로 느껴봅니다

  향교 안으로 들어가, 사락루를 비롯해 학문을 닦던 명륜당과 제사 공간인 대성전을 둘러봅니다. 청도향교는 둘러보니 구조가 좀 독특합니다. 보통 향교가 앞쪽에 배움터, 뒤쪽에 제사 공간을 두는 '전학후묘(前學後廟)' 형식을 따르는 것과 달리 청도향교는 제사 공간을 왼쪽에, 교육 공간을 오른쪽에 배치한 '좌묘우학(左廟右學)'의 구조를 보여줍니다. 청도향교만의 남다른 배치가 인상적입니다.

  청도향교를 나서서 동문 앞 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푸른 하늘과 너른 잔디,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성곽길이 그림처럼 펼쳐집니다. 걷는 도중 마주친 한옥 앞, 옹기종기 모인 장독대 위로 주렁주렁 매달린 단감들이 정겹기만 합니다. 시골집에 온 듯 마음이 절로 차분해지는 이 맛에 가을 산책을 하나 봅니다.ㅎ

  광장 중간에 보물로 지정된 청도 석빙고가 있습니다. 1713년에 만들어진 이 석빙고는 현존하는 것들 중 가장 오래되고 큰 규모입니다. 쉽게 말해 석빙고는 겨울에 채취한 얼음을 여름까지 저장해 두던 '조선시대판 냉동창고' 입니다. 거대한 돌을 쌓아 만든 천연 냉장고의 위용을 직접 눈으로 살펴봅니다.

   다시 입구로 돌아와 북문 방향 성곽에 올랐습니다. 높은 건물이 없어 탁 트인 하늘과 맞닿은 듯 가슴이 시원해집니다. 성곽 아래로 보이는 연꽃지와 작약 밭의 풍경이 참 평화롭습니다. 꽃은 졌지만, 그 빈자리를 채우는 고즈넉한 분위기가 오히려 마음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서두를 것 없이 천천히 성벽 위를 걸어봅니다.

    북문을 통과해 정원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화려했던 작약과 연꽃은 내년을 기약했지만, 대신 힘차게 춤추는 분수가 여행자를 환영해 줍니다. 고요하게 뻗은 성곽과 생동감 넘치는 물줄기가 묘하게 어우러지는 풍경. 그 속에 서 있으니 현대의 시계가 멈추고, 과거의 시간 속을 걷는 듯한 착각마저 듭니다.

   북문을 통해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번 청도읍성 여행은 가을의 정취를 가볍게 즐기기에 더없이 좋았습니다. 이곳은 화려하진 않지만, 오래된 성벽과 현재의 삶이 어우러져 편안함을 주는 곳입니다. 전체적으로 규모가 크지 않아 천천히 한 바퀴 둘러보기에도 부담이 없죠. 특히 따스한 가을 햇살 아래 빛나는 성곽길 풍경은 정말 운치 있습니다. 힐링이 필요한 날, 마음을 비우고 걷기 좋은 여행지로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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