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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가 지구에 내려와 만난 곳! 국내 유일의 운석충돌구 합천 초계분지! ( 적중초계분지 / 합천운석충돌구전망대 )

by 이청득심 2025. 10. 29.

  처갓집이 있는 경남 합천을 오가다 보면, ‘운석충돌구’ 안내판이 눈에 띌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운석과 합천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남곤 했죠.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항공사진을 보다가 창녕군청과 합천군청 사이의  초계면과 적중면에 걸쳐 동그랗게 펼쳐진 커다란 분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바로 ‘초계분지’, 혹은 ‘적중·초계분지’로 알려진 곳입니다.

   바로 이곳이 ‘운석충돌구’입니다. 지도를 보니, 산들에 둘러싸인 가운데 홀로 커다란 분지를 형성한 모습이 독특했습니다. ‘정말 이곳이 운석이 떨어진 자리일까?’ 호기심 이 커져, 합천 대암산에 위치한 ‘운석충돌구 전망대’로 향했습니다. 전망대로 오르는 길은 구불구불하고 좁은 임도라 운전이 쉽지 않았습니다. 조심스레 운전하며 전망대에 이르자 제법 넓은 주차장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먼저 안내판부터 살펴봤습니다. 약 5만 년 전, 지름 약 200m의 거대한 운석이 이곳에 충돌했습니다. 그 순간 히로시마 원폭의 수만 배에 달하는 에너지가 발생하며, 동서 7km, 남북 4km 규모의 거대한 타원형 구덩이가 형성되었습니다. 충격파로 밀려난 바위들이 가장자리에 쌓여 지금의 분지 지형을 이루게 되었죠. 2020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관련 증거를 확인하며,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공식 인정받은 운석충돌구로 기록되었습니다..

   주차장 근처 포토존을 지나 전망대에 올랐습니다. 탁 트인 시야 너머로 드넓은 운석충돌구가 펼쳐졌지만, 그 규모가 워낙 커 한눈에 담기지 않았습니다. 파노라마로 초계분지를 찍으며 문득 생각했습니다. 5만 년 전, 이곳이 운석 충돌로 불바다가 되었다니... 지금의 노랗게 익어가는 들판을 보고 있노라면 믿기 어려울 만큼 평화로웠습니다.

   전망대에서 초계분지를 바라보다 내려가려니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주민에게 물으니 대암산 정상까지 차량으로 갈 수 있고, 약 5분 정도 소요된다고 합니다. 정상에는 2~3대 정도 주차 공간이 있다고 하여 곧바로 올라가 보기로 했습니다.  참고로 정상으로 가는 임도 왼편 길로는 내려가지 마세요.  합천 대양 방면으로 이어지는 좁은 비포장도로로, 차량 한 대가 겨우 지날 만큼 위험합니다.

   대암산 정상에는 ‘합천 전 초팔성’이라는 안내판이 서 있습니다. 오래전 이곳에 ‘초팔성’이라 불린 석성이 있었다는 내용입니다. 마침 해가 뉘엇뉘엇 넘어가던 때라, 노랗게 물들고 있는 하늘 아래 정상 부근의 독특한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보았습니다.

  대암산 정상은 패러글라이딩 승강장이 있을 만큼, 패러글라이딩 명소로 잘 알려진 곳입니다.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습니다. 승강장에 서서 운석충돌구인 초계분지를 내려다보니, 아래 전망대에서보다 훨씬 넓고 시원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정말 장관이었습니

   운석충돌구인 초계분지를 감상한 뒤, 정상 뒤편의 풍경을 바라봅니다. 아련하게 겹쳐진 산그리메가 엷은 노란빛으로 물드는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큰 산 너머로 태양이 내려앉으며 주황빛을 띠기 시작합니다. 산봉우리 뒤로 넘어가는 탓에 장엄한 일몰은 아니지만, 주황빛으로 물든 세상의 풍경이 따뜻하고 평온하게 느껴집니다.

  태양이 넘어가고 하늘이 붉게 물드는 순간, 한 가족이 캠핑 장비를 짊어지고 정상으로 올라옵니다. 아마 이곳에서 하룻밤 캠핑을 즐기려는 모양입니다.  그들이 맞이할 밤하늘은 또 얼마나 아름다울까 상상하며, 저는 붉게 물든 일몰의 순간을 천천히 즐겼습니다.

   영화에서는 운석이 지구에 충돌할때 마치 지구 종말이 올것 같은 강렬한 모습으로 표현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평화로운 모습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표현입니다. 그런 점에서 합천 운석충돌구는 하늘에서 떨어진 우주 조각이 지구에 남긴 시간의 상처이자, 자연이 그 상처를 품어 되살린 ‘지구의 회복력’을 보여주는 장소입니다.  한 마디로 우주가 지구에 내려와 만난 자리라는 상징성을 지닌 과학적·문화적 유산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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